어디 메이는 걸 싫어해서 종교가 없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고 사상적 구속에서 자유로운 리버럴 코스모폴리탄으로 기억해주십쇼.
굳이 가까운 쪽을 말하자면 불교인데, 집안에서도 구도(究道)적 차원이라 신앙 생활 등등하고는 좀 거리가 멀어요. 저는 그냥 경계 구분 없이 '사람이 자신을 수양하는데 좋은 건 취하고, 아닌 건 버리리라' 주의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 판단을 별로 안 하는 편입니다. 판단하기 시작하면 어쨌든 '관'이 생기고, 그러면 싸움 나거든요. 세상 즐겁게 사는 것만 해도 바쁜데, 뭐 그런 걸로 시간 낭비를...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는 누구랑 엮여도 별로 문제가 없는 편이지만, 저쪽에서 밀고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싫어합니다. 10대 때 제 주변 친구들이 한번에 몽땅 이상한 교회를 다니면서 짜증나게 했던 적이 있어서 모든 대응 논리는 그 때 다 만들었고 20대에는 파이트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이젠 귀찮기도 해서 그런 말이 나오면, 응, 넌 그러니 하고 지나가죠. 전도나 종교에 귀의를 권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기 개인 경험을 기반으로 설득하게 마련인데, 물론 그 중엔 사이비가 아니라 진짜 독실해서 인 경우도 있고, 내게 좋았던 걸 너와도 같이 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에서 나온 경우도 있어서, 그런 경우는 매우 고맙지만, 그게 상대방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서라기보다는 걍 자기 자신의 확장으로 권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서요. 옛날에는 후자의 경우를 피아구분이 안되는 불순함이라고 생각해서 되게 싫어했는데, 요즘은 그냥 응 생각해줘서 고마워 그러고 넘어갑니다. 타인은 내가 아니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세계에 충실한 거겠지 싶어서요.
물론 그런 것들과는 별개로, 뭔가에 성실하고, 순응하고, 혹은 신뢰하고, 인생의 가치기준으로 삼는 식의 일상 생활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돈 이외의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건 좋은 거죠. 그게 꼭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형태의 종교여야 하는지와 2~3천년 전 논리를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는 여전히 의문이 좀 있지만, 여튼 인생을 담는 그릇의 코어는 선택하기 나름이니까요.
그래서 항상 '뭐 내게 전도만 하지 않는다면 종교가 있는 사람을 사귀는 것도 상관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기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에 유신론자분들과 일을 많이 해서 그런데......사람들이야 좋은 사람들이지만 세계관 수준으로 다르더만요. 거의 벌칸의 스팍이 지구에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충격(..)
그래서 요즘은 '뭐...같이 놀거나 일은 할 수 있어도, 연애하거나 같이 살 수는 없겠다' 정도.
말하자면 저는 세상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아름답고 선한방향으로 갔으면 하고, 뭘 하든 그런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는 편이거든요. 아름다움이 종교라고 할 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굳이 부정할 생각도 없단 말이에요. 근데 막말로 제가 영화/배우/예술/우주/새로운것/미래/창조/창작/상상력/가능성 등등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들으면서 종교 이야기를 꺼내서 너는 왜 이걸 안 듣니 하면 공평하지 않잖아요?
그런 것이죠.
어떤 종류의 갈등을 겪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무신론자/무가지론자/무종교자와 유신론자 사이에는 굉장히 넓은 강이 흐릅니다. 싸우거나 설득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고요(...꼭 꺼내와야 하는 사이비 종교가 아닌 한), 설령 설득 못한다고 해서 님의 잘못이나 무능은 아니에요. 같이 방향을 맞출 수 있으면 같이 사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으니 그건 그거대로 좋은거고, 정 아니면 아닌 거죠. 자기 소울을 손상시킬 필요는 없다고 봐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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