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깅, 반가워요 잘 지냈나요? 라간이라는 이름을 누군가가 부르며 찾아준 것도 참 간만이에요 이렇게 오랜만에 만난 김에 기쁘고 즐거운 소식을 같이 나누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지는 못해서 이건 조금 속상하네요
라간 계정을 동결하긴 했지만 저는 쭉 다니엘 덕질을 해왔고 오래 지켜보고 응원할 마음이었어요 언젠가 제가 탈케이팝을 하게 되더라도 제 마지막 아이돌은 다니엘일 테고, 그건 좀 더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난 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이번 일로 인해 예상보다는 이르지만, 다니엘에게 쏟던 정성을 이제 다른 데에 나눠줄까 합니다
다니엘을 좋아하는 데엔 참 많은 이유가 있었어요 시작과 중간과 끝에 이르기까지 그애를 좋아하는 시간들이 쌓이는 만큼 좋아하는 이유들도 쌓여갔어요 아주 건강했지요 저를 지키면서 다니엘을 좋아했던 그 시간들요 제가 덕질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 아이돌을 좋아하는게 나에게 떳떳한가- 예요 다니엘은 저에게 그랬어요 혹자는 다니엘에 대해 납작하게 평가하며 괄시하곤 했지만 저는 다니엘이 그럴 평가를 받을 친구가 아니라고 믿고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번 일을 겪고 나서는 이제 이 친구를 좋아한다고 내가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다니엘의 지금 행보에 대해서 저는 의아하게 여기는 부분이 많아요 다니엘이 지금 뭘 바라는지는 투명하지만 숨기고 싶어하는 것도 분명 있다고 느껴져요 석연치 않은 것들이 있어요 지금 떠도는 가십들이 모두 틀리고 잘못 되었을 수도 있지만, 제게는 어떤 불편한 정황을 명확히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다니엘에 대한 믿음과는 별개예요 제가 다니엘을 믿는 건, 그 애가 가진 재능, 숱하게 보여준 순한 천성, 무대 위의 멋진 모습이 전부입니다 그 외에 대해서 다니엘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고 싶지 않아요 늘 그래왔어요 저는 다니엘 보다 저를 더 잘 알고 제 판단을 더 믿어요 그리고 저는 언제나 오직 저를 위한 판단을 하지요
다니엘이 좋은 친구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그렇지만 저는 다니엘의 지인이 아니지요 아이돌의 일개 팬일 뿐입니다 아마 끝까지 진실인지 아닌지 모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할 그냥 보여주는 것만 보고 들려주는 것만 들어야 하는 그런 팬이요 저는 이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향해온 덕질은 이런게 아니에요 물론 저는 그 친구에 대해 모르는게 많을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저의 콩알만한 도덕적 가책을 계속 건드릴 무언가를 안고 덕질을 이어갈 수 없어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제라도 돌릴 수는 없는지 등등의 말을 허공에 외치고 싶은 생각도 안 들어요 아마 제가 근 2년 간 알아왔던 다니엘이라면 자기 식으로 밀어붙일 거라는 생각이 들고... (이미 그러고 있고) 어차피 저는 그에게 닿을 수 있는 말을 할 수도 없는 위치이니까요
다니엘이 밉거나 원망스럽지도 않아요 이왕 어려운 길, 그러나 본인이 생각하기에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만하다고 판단했을 그 길을 진정 택한 거면 원하는 대로 잘 이뤄나가길 바랄 뿐이에요 그렇게 저는 나름 깔끔하게 정리를 했네요
그렇지만 한편으론 다니엘이 뭘 하든간에 믿고 응원해줄 팬들이 몇 트럭은 되는데, 이 일로 상처 받고 허망해 할 다니엘 팬분들, 특히 제가 좋아했던 혹은 저와 마음을 익명으로라도 나눴던 분들을 보면 계속 마음이 심난합니다 아이돌 덕질이 취미라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 그저 쉽게 손대고 끝맺을 수 있는 다른 취미와 같은 선상에 놓일 수는 없겠지요 겨우 제가 뭐라고... 이렇게 사라진지 오래 된 저라도 찾아 하소연 해주신 익명님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 또한 짠해집니다... 마음 잘 다스리기시길 바라요 어떠한 선택과 믿음을 가지시든간에 익명님이 덜 다칠 수 있는, 언젠가 웃으면서 돌아볼 수 있는 그런 결정을 하시길 바라요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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