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처녀도 아닌 것이 맨날 허구한 날 피 흘린다. 예쁜 얼굴에 죄도 많아서 온 몸뚱어리에 가시를 꽂아 놓고 완벽하게 자학한다. 거부하는 몸짓이 유혹하는 몸짓과 그토록 똑같아서 돌아서는 사람 뒤돌아보게 한 죄. 그래서 그 사람 벌받게 한 죄. 유혹하는 몸짓이 거부하는 몸짓과 그토록 똑같아서 감싸주는 엄지 손가락을 찌른 죄. 손가락의 보드라운 유방을 후빈 죄. 그러고도 자기는 죄 없다고 도리질 한다. 장미도 전갈처럼 스스로를 찌를 수 있다면. 일본도처럼 목숨 걸고 저질러도 보았을 것을. 사랑도 진짜 사랑을 해 보았을 것을. 부르조아의 꽃병에 매이기도 싫고 거친 들판에 보아주는 이 없이 외롭기도 싫어서 유혹도 거부도 하지 못한 채 자학만 한다. 처녀도 아닌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