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꿈꾸던 널 떠나보내고 슬퍼하던 날까지도 떠나보냈네 오늘의 나에게 남아있는 건 피하지 못해 자라난 무던함뿐야 그곳의 나는 얼마만큼 울었는지 이곳의 나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후회로 가득 찬 유리잔만 내려다 보네 아,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 그토록 휘몰아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그토록 많은 종이와 그 위 그림들 사이에서 당신의 작품이 골라진 나는 부끄러움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애를 쓰고 태연한 척 했지만 나의 외로움은 숨겨지지 않아서 당신은 나에게 진심 어린 눈으로 의문을 던지고 난 안도감과 원망 섞인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두 손 마주잡고 벤치에 앉아 바라봤던 보름달은 이토록 아름다운 순간이 내 생 또 올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지게 하고
너에게 갈 수만 있다면 나의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다쳐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여기는 꽤 단순한 곳이구나 싶다그러면서도 꽤 무겁구나 나 아닌 누군가가 절대 덜어줄 수 없다는 어깨 위의 짐들이사랑이란 단어와 아주 비슷한 발음의 삶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랑처럼 비슷하게 살아가자고 하고 있다면 이 또한 네게 하는 내 작은 고백이 아닐까
고장나버린 나를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알약 네 알에 나를 맡기고 그 약들이 내 몸을 잠식하는 순간까지 겁에 질려 떨면 그제서야 나는 고쳐질 수 있을까 행복해질 수 있을까목을 매달아 죽지 못하고 손목 깊숙히 파고든 칼날이 끝내 동맥을 끊지 못함에 나는 또 다시 환멸감을 느끼고 있겠지 그럼에도 단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행복하게 웃어볼까 그렇게 죽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