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네가 좋아하던 그 능소화에선 어떤 향이 나? 혹시 고장난 LP판을 아직 갖고 있니? 너는 선물 포장지 하나 못 버리잖아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을 아직 모을까? 저기, 나는 아직 네 손 잡고 빗속 거닐던 걔가... 만개하는 이 초록에도 쉽사리 이기지 못하는 빗방울이 있고 널 떠올리며 잔뜩 비슥거리다가도 참, 나는 아직도 네가 좋아미안너만 생각하면 모든 게 다 엉망이 되네
흐드러진 머리칼과 그 너머로 어른거리던 당신 눈동자 속 물비늘 달싹이는 입 무색하리만큼 울려대던 심장박동 있지, 당신 잇사이로 부딪혀 나오던 말소리가, 그 어스름한 애정마저 좋아서 편지지 위로 당신 이름을 썼어 심장을 꺼내어 보여 주고 싶어 황홀하던 그 소음을 나는 어찌 할 줄 몰랐거든 미성숙한 여름 초입마다 조각된 기억 당신을 대입한 해마다 괴로운 여름미학
지난 여름 썩은 화초 낡은 테잎 매미 울음가끔은 사랑하는 법이 못된 게 지나온 걸 다시 감아보지 못하잖아 우습지만 이제 알아 지난 여름의 우린 적약; 敵藥이야 그래 정말실은 감고 싶지 않__ 다시 감아 돌아간들 그 무더움 속 너를 또 방임할지 사랑한다는 말만으로 너를 너를 무척 사랑했던 나도 모를 테니
가끔 정말 너무 보고 싶어서 언니 그리고 얘야 어쩜 그리 비수만 꽂고 가서는 나는 그 시절에 붙잡을 게 정말 그것밖에 없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정녕 그것밖에 없었나 싶고 사실 다들 텅 빈 애정이었지 이름만 애정인 다 쓴 깡통이었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보고 싶다 보고 싶어 보고 싶어서 가끔 손끝에 속삭여 주던 말을 곱씹는다
어쩌면 그 말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던 건지 스물둘 절반을 지나고서야 알았어요 어린 나의 치기는 그저 호기롭던 용기 정도에 그쳤습니다 나는 이제 애원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우는 소리를 하며 당신을 콕콕 찌르고 힘들게 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세요 나는 이제 그리움에 눈물짓지 않아요 그저 당신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잘 지내셔야 해요 언제와 같이 건강을 등지고 있겠지만 부디 그러지 마세요 불면도 말끔히 걷어냈기를 바랍니다
영원히 영원히 영영 사랑하고 싶어 자꾸만 당신이 꿈에 나와요 잠든 사이 당신이 계속해서 불러대는 내 이름 탓에 귓불 끝이 달아졌어 개연성 하나 없는 이 꿈 속에서 당신은 영원했으면 해 나를 두고 가지 마 계속해서 내 손톱이 어여쁘다 이야기해 줘 영영 붙잡는 손에 힘을 실어 줘
까만 하늘 무더운 공기 소리치는 바다 이곳에서 도출된 사랑은 전부 당신으로부터 생겨난 건 아닐까 당신은 그렇잖아 장마전선이 드리운 그곳에서도 빛이 났잖아 당신의 눈은 물내음이 가득 배었어 나는 그게 옮았나 봐 자꾸 울먹이는 마음이... 당신은 물인가 저기 저 강가인가 더 흘러간 바다가 당신인가